인천일보 2003년7월8일자 4면(전문가 기고)
도시정책의 전략적 제휴
박 경 귀(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인천 안에는 또 다른 인천이 존재한다. 부평구, 계양구를 포괄하는 부평권역이 그곳이다. 현재의 부평·계양·서구 지역을 포괄하던 부평권역은 고려 충선왕 시기에 부평부로 불린 이래로 조선시대에 부평도호부로 승격되고, 일제시대에 부평군과 인천군을 합쳐 부천군을 만들었던 것에서 보듯이
옛 미추홀 시대를 거쳐 개항이후 발전한 신흥 인천권과는 정치행정,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독자적 특성을 지닌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역사성은 외지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도 부평지역을 여타 인천지역과는 다른 곳으로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평권역은 면면히 내려온 농경문화의 토대 위에 60년대 중반부터 수출공단의 활성화와 함께 산업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급격한 도시화 이후 전통적 요소는 희미해지고 철도, 도로망의 원활한 연계에 힘입어 서울 생활권에 편입됨으로 인해 기존의 인천지역과 더욱 유리되는 현상을 낳았다.
게다가 최근 인천권의 영종, 송도, 청라지구가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청사진으로 부풀어오르면서 부평구와 계양구 주민이 느끼는 상대적 소외감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부평권역을 포괄하던 북구에서 서구, 계양구로 분구되면서부터 부평권역의 생활문화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부평향교, 부평도호부, 계양산 등 부평의 역사적 유산과 상징들이 계양구로 편입되고 계산택지개발로 인한 신흥 아파트 문화권이 형성되면서 부평권역을 하나로 아우르던 정체성이 분리되는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부평지역의 정체성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부평구와 계양구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적인 행정경계를 뛰어넘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연대를 지속적으로 유지·계승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차원에서 각종 대규모 문화·체육·학술 활동 등을 부평구와 계양구가 공동으로 후원하거나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부평의 문화적 정체성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부평풍물대축제의 개최, 굴포천의 생태적 복원을 계양구가 공동 후원하고,
계양산성 복원, 옛 부평의 문화유적 복원 및 발굴 사업을 부평구가 공동 후원하는 방식의 정책연대를 강화해 나간다면 부평권역의 문화적·사회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도시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주민들의 행정수요와 욕구에 대응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신흥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부천의 중동·상동지역과의 교류와 경쟁이 가속화되는 있는 점도 부평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주고 있는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이미 중동·상동 개발로 인해 부천시와 부평구의 주민들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단계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특히 부천의 우세한 문화 요인, 주거 환경, 쇼핑 등의 요소가 부평 주민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부천시와 무관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경쟁을 회피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주민의 생활권 공유를 통해 부평구·계양구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부천시의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서로 이득이 되는 관계(win-win)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정책에 전략적이고 거시적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새로운 차원의 광역행정을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역사문화적·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연계를 갖고 있는 부천시·부평구·계양구간에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 연담도시의 성격이 강한 세 기초단체간에 가칭‘연담도시권행정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보다 긴밀한 관계에 있는 부천시와 부평구, 부평구와 계양구간의 양자 협의회부터 구성하여도 좋을 것이다.
협의회의 운영 방향은 처음부터 직접적인 서비스의 공동 공급이나 광역시설의 공동 설치·이용·공유 등 법적·제도적인 사항의 협력을 목표로 하기보다 정책적 연대부터 서서히 강화해 나가는 느슨한 형태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행정적 교류, 인접 주민들의 문화·경제 교류, 상호 정보 교환, 정책사업 추진의 공동 후원, 연계 강화 또는 역할 분담 등을 통해 자매도시 이상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상호이익에 부합될 것이다.
이는 자연발생적인 도시기능의 상호침투와 이미 활성화된 주민들의 자연스런 교류를 뒤늦게나마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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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7-07 | view : 35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