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역사문화기행"
보길도를 찾아서
- 孤山 尹善道의 문학과 삶 -
박 경 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행정학 박사)
보길도(甫吉島)를 찾은 이유
남해의 창해는 예나 지금이나 가슴 설레게 넘실댄다. 일렁이는 푸른 바다를 보면 난 늘 고산 윤선도 선생이 유유자적하며 읊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떠올린다. 어부사시사는 국문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춘하추동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때로는 현실에 대한 울분을 우리말로 뛰어나게 표현하여 40수의 가사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농암(聾巖) 이현보 (李賢輔)선생에 의해 창도되고 퇴계(退溪) 이황(李滉)선생으로 이어진 강호가도(江湖歌道)가 고산선생에 이르러 만개(滿開)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압개예 안개것고 뒫뫼희 해 비췬다
배떠라 배떠라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온다
至菊悤(지국총) 至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江村(강촌) 온갖고지 먼빗치 더욱됴타
(春詞, 一章)
간밤의 눈갠후에 景物(경물)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난 萬頃琉璃(만경유리) 뒤희난 千疊玉山(천첩옥산)
至菊悤(지국총) 至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仙界가 佛界가 人間이 아니로다
(冬詞, 四章)
언젠가 고산이 돛배 띄웠던 그 바다와 그가 자연과 더불어 살던 보길도를를 보고싶었다. 고산의 자연사랑과 낭만적 삶에 동경과 공감을 느껴오던 터라 보길도에 대한 나의 기대는 남다른 것이었다. 더구나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에 다행히(?) 보길도가 빠져 있었기에 그의 인식을 빌리지 않고 나름의 답사를 해보고픈 욕심마저 들었다. 오랫동안 벼르던 남도기행의 첫 번째로 보길도를 찾은 것은 바로 이러한 기대와 유혹에 연유한다.
물론,「자연은 그때 그때의 문화의 함수(函數)다」라는 말이 있듯이, 고산이 보던 자연을 통해 17세기 조선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더듬어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한 몫 하였다. 어느 시기보다도 조선시대의 사대부에 있어서, 자연은 인간을 배태(胚胎)시킨 원초적 안식처임과 동시에 갖은 세파로부터 안온함을 구할 수 있는 도피처이기도 했다.
「강호(江湖)로 돌아가자」는 귀거래(歸去來) 사고는 이조 양반들의 공통적인 생활구호이기도 했던 것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강호로 돌아가고픈 마음과 현실세계에서의 삶 사이에서 갈등과 그리움 등을 시조나 가사를 통해 읊었고 우리에게 문학적 자산으로 남겨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제대로 음미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윤선도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면서 좀더 자세히 탐색해 볼 것이다.
사실 어부사시사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관상적 여유로움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시가의 뛰어난 표현미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문학을 꽃피우게 한 그의 성정(性情)과 그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였다. 이번 보길도 기행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고산의 삶과 문학을 이러한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고산과 보길도의 인연
고산은 왜 남해의 많은 섬 가운데 보길도를 터전으로 삼고 부용동을 조경 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의문을 추적하기 위해 고산의 삶을 개관해 본다. 고산 윤선도는 선조 20년인 1587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에 강원도 관찰사를 역임한 큰아버지 유기(唯機)공에게 양자들어 해남에 내려가 살았다. 고산은 1637년부터 여든 다섯 살이 되던 현종 13년인 1671년까지 일곱 차례나 드나들면서 13년 간을 보길도에서 주석하였다.
고산이 보길도에 처음으로 들게 된 것은 병자호란이 계기가 되었다.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의하면, 그는 병자호란이 나자 향족을 규합하고 가동(家童)을 뽑아 배 한 척을 얻어 강화로 향한다. 통영수군 등과 함께 강화에 도착한 그는 이미 강화가 함락되고 인조의 삼전도의 굴욕 소식을 듣는다. 이에 크게 부끄러움을 느껴 제주도에 가서 세상을 등지기로 마음먹는다.
고산은 배에서 내리지도 않고 제주도로 향해 가던 중 보길도를 지나면서 수려한 산봉우리와 깊숙한 골짜기를 바라보고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이하 첨부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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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4-15 | view : 3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