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한 자유주의자의 일깨움, '자유의 틀'은 만능의 해법인가?
(동화를 위한 계산/복거일/문학과 지성사/1999)
박 경 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행정학 박사)
1
'동화를 위한 계산'은 결코 가볍지 않은 평론집이다. 저자 주장의 함의가 아직 많은 이들에게 낯선 '자유주의'라는 이념을 비교적 일관되게 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를 적용한 담론의 영역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일반 시사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넓어서 저자의 생각을 따라 가기가 마냥 수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이 책은 '복거일 읽기'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저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때론 '소설가'로, 때론 '경제평론가'로 언론에 가끔씩 게재되던 그의 시평(時評)을 통해서였다. 소설가이면서 경제평론가로 불리기도 하는 독특한 사회경력이 이채롭다고 생각되었으나, '98년도에 조선일보 지상에서 벌어진 그의 '영어 공용화' 주장에 대한 찬반논쟁을 계기로 그의 주장이 감상적인 시평의 수준을 넘어서 상당히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신념을 깔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범상한 논객은 아니라는 생각에 머물렀지만 더 이상 그에 대해 탐구할 겨를과 지적 호기심을 갖지는 못하였었다. 아니 정통 학문이 아닌 저널리즘적 접근에 눈을 돌리지 않으려는 경계적 자의식이 작용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찰나적 조우의 바탕에서 본격적인 '복거일 읽기'에 나서면서 저자가 자유주의의 한 자락을 옹골차게 붙잡고 있는 외로운 투사(?)임을 알게 된다. 그가 구축하는 세계가 정통 학문적 영역이 보여주지 못하는 분방한 터치로 경제적 자유의 지평에 대한 선도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작의 그와의 조우의 의미가 다시금 새로워졌다.
저자의 자유주의Liberalism에 대한 신뢰는 매우 튼실한 것 같다.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접근과 해석의 키워드는 개인적 선택의 자유와 경제적 자유이다.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묻어 있다. 이 책에 노출된 그의 시각을 추출해 보자. 이러한 의도에 맞춰 여러 편의 시평 중에서 그의 시각이 두드러진 것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그의 시평들은 크게 나누어 보면, 일반 시론(時論), 대북정책, 정부의 경제 정책, 재벌 정책에 관한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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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저자의 시각은 매우 비판적이다. 대북포용정책, 소위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은 근본적으로 유화책이므로 북한으로 하여금 점점 남한을 얕보게 하고 양보만을 더 기대하게 만들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들에게 우리의 유화책이 지속되면 북한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환상만 심어주게 될 뿐인 우화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의 비판이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감각의 부족을 지적하고자 하는 데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외국 언론이 명명하였듯이 김대중 대통령은 '사회민주주의자'라는 규정에 이끌려 혹은 자신의 신조에 의거해 자유민주의의자로서의 경계를 표출한 측면도 있다고 보여진다.
이 점은 '민주주의 명찰을 단 트로이 목마'라는 글에서 "민주주의 발전이 없이 시장경제만 추구하면 파시즘에 이른다"는 김대통령의 취임연설 내용에 대해, 그러한 김대통령의 비정통적 역사관이 시장경제에 대한 편견을 낳았고, 경제 개혁에 줄곧 그늘을 드리웠다는 그의 비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민주주의자의 득세를 경계하는 것은 생래적으로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시각을 거기까지 확대하지 않더라도 '햇볕론'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이념에 관계없이 많은 독자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건강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포용정책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공헌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도 '햇볕정책'의 이념에 대한 찬반 양론이 엄연히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해 보면, 사실 '햇볕정책'은 미트라니Mitrany가 주장한 정치적 차원에서의 기능주의Functionalism 접근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해가 상충하는 정치적 차원을 떠나 비정치적인 차원, 즉 경제, 문화, 체육, 인도적 차원 등...............
(이하 첨부 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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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4-15 | view : 30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