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4-24 | view : 3225 Total 39 Articles | Viewing page : 1/3
name 신동순 e-mail
 
subject 양성평등의 생활화(다시 만든 비석)
양성평등연구센터 연구위원 신동순


"어머 재 좀 봐...이번에 또 아들을 가졌잖아?
난 딸을 원해서 이름을 예림이로 짓고 생일을
2025년 4월 21일 오후 3시 30분으로 
입력해서 딸을 가질 예정이야... 키 175정도, 예쁘고
IQ는 150이 넘게 말야, 어때 그 정도면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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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자녀의 성별은 가려서 낳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출산정책은 세자녀, 두자녀를 
권장하다 1980년대 이후에는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한 자녀 출산을 권장했다. 


"예비군 훈련 받기 싫은 데 수술합시다.
아파트 우선분양 혜택도 준다잖아요."
보건소의 건강검진, 예방접종, 아파트 우선분양,
예비군, 민방위 훈련면제......등 등  
불임수술과 한 자녀 가정의 정부 혜택이 많음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분위기는 자녀가 둘 이상이면
짐승(?)처럼 문명인의 대열에서 밀려 나는 듯 했다.

한 자녀가정은 당연히 아들이거나 딸 중 한 명뿐 이다.
그들이 군대에 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부모님을 모시기도 한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가치관 중 좋은 것은 물려받는 것이 당연하다.
조상님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당연한 후손된
도리이고 이어나가야 할 전통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그들이 혼자서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듯이
부모세대에서도 그들을 감싸고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양성평등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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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15일 존경하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암으로 1년 6개월 동안 투병하시다 선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님 장례때 유림장을 지냈을 정도로 유교적인 집안이라 
굴건제복을 하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문상객을 맞았다.

조문이 끝나고 4일만에 발인과 하관에 이어 비석을 세웠다.
비문의 내용을 미리 지어 보냈건만 딸과 손녀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전통적으로 딸과 손녀는 비문에 넣지 않는다고 했다.
현풍 곽씨 집안의 전통이라고 했다. 
딸과 손녀도 당당한 자손이다. 아버님의 유일한 딸이고
유일한 손녀이다. 상의해서 몇 몇 집안 어른들의 양해 하에 
다시 비문을 고친 비석을 세우기로 했다. .

남편과 내가 나서서 비문을 다시 만들어 보내고
다시 새긴 비석을 남편이 산소에 가서 예를 다해서 바꿨다. 
손녀도 들어가고 딸은 물론 외손녀도 넣었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신 당시 신세대셨던
아버님께서도 반대하시지 않으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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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때문일까? 남편은 아버님 임종하신 보름 만에
유행성출혈열처럼 보이는 심한 병을 앓고 
그 후 4개월 동안 폐혈증과 척추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지금은 완쾌되어 일상생활을 하지만 
장례, 비석을 다시하며 현풍 곽씨의 전통을 다시
세운 대가를 크게 지불 한 셈이었다.

큰 고통도 지나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만 남을 뿐이다. 

4개월 동안 입원해 있다 5개월 만에 집에 돌아오니
단 두 번 밖에 물주지 않는 군자란이 활짝 피어있었다.
그러나 큰 나무의 동백꽃은 핀 채로 가지 끝에
드라이플라워 처럼 말라있었다 하지만.....
어린 새 순이 파릇이 나고 있었다. 
어린 새순을 위해, 아니 나무 전체를 위해,
생존과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꽃이지만 희생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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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쓴 비석의 역사처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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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호주가 되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문제이다.
여성이 호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될 수 
있고 여성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고쳐나가면 될 것이다.

여성은 또한 출산으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출산, 육아로 인한 부담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고
다른 직장인들과의 경쟁력에서 뒤쳐진다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동성동본 금혼의 문제도 고쳐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혼율을 줄이고 이혼의 원인이
되는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더 건강한 사회, 더 발전된 국가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들, 딸 하나만 낳은 부모의 입장에서
법과 제도를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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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의 문제는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것만은 아니다.
국방의 의무 또한 남, 여 평등하게 분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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