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을 위한 적극적 차별조치
이 행 숙 / 행정학 박사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중구여성회관장)
참여정부의 출발과 함께 12대 국정과제 중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이라는 한가지 과제를 성차별해소방안으로 수립하였다. 정부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하위실천과제로 ‘5대 차별해소를 통한 평등사회구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보다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성차별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5대 차별조치'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성차별을 지칭하는 말로 성, 학벌, 장애인, 비정규직, 외국인근로자의 차별을 의미한다. 원래 근본적인 성차별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5대 차별이외에 성에 근거한 모든 차별을 포함해야 하지만 참여정부가 양성평등실천을 위해 우선적인 실천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이 정책의 효율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참여정부는 현재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즉, 민간영역에서 지방대 졸업생의 채용이나 장애인채용, 여성인력을 채용할 때 또는 한시적으로 정부부문의 사업 입찰시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가 바로 '적극적 차별시정조치’인 것이다. 그러나 단지 '5대 차별'을 해결한다고 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어있는 성차별이 해소되고 우리가 꿈꾸는 양성평등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정치행정분야, 가족관계, 예술분야 등 전반적 부분에서 남성과 다른 차별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단순히 학벌이나 장애인차별, 성차별만을 해결한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을 위한 ‘5대차별 시정조치’를 엄밀히 분석해볼 때, '5대 차별 시정조치'는 경제활동과 관련된 여성의 고용차별 문제만을 다루고 있어 ‘적극적 차별조치’의 참된 의미를 간과했다고 할 수 있다.
설사 '5대 차별조치'를 통한 목표달성이 경제활동부문 면에서 성차별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참여정부에서 실시되고 있는 잠정적인 인센티브제나 우선순위 부여제의 깊이 없는 방식만으로는 강제성이 결여된 민간부문에서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좀더 여성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그 효과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차별해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유인체제 이외에 여성차별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적극적인 차별조치를 위한 실천방안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의 구현'을 12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참여정부의 자세는 과거 정권과는 달리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또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영역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높이 살만하다.
2001년 우먼코리아의 맥킨지 보고서에서 ‘한국여성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성차별의 실태’가 발표된 뒤 한국의 대졸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4%로 제한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아울러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전적을 상기해 볼 때,
현재 참여정부의 ‘5대 차별조치’를 통한 성차별해소가 단지 여성의 억압과 불공평한 현실의 일부분만을 해결하는 방안이라 할지라도 그 중요성은 인정할 만 하다.
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은 1997년 경제위기 직전을 제외하고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교육수준의 향상, 출산율 저하, 여성취업에 대한 의식변화, 보육시설의 확대 등의 변화를 볼 때 이 현상은 앞으로 계속되리라 예측된다.
실제로 2002년까지 경제활동인구의 변화를 보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경제활동대비 41.4%로 1990년보다 0.9%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볼 때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편안한 환경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차별조치가 직,간접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단순히 기업의 채용관행에 있어서의 성차별이 경제활동의 여성차별의 전부가 아님을 고려해 볼 때 참여정부는 진정한 ‘5대 차별조치’를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적극적 차별조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직접적인 실천방안으로는, 첫째,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꾸준한 양성평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남녀평등의식고취를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미디어 캠페인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셋째, 여성직업훈련 시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채용목표제 및 승진할당제, 남녀 고용차별의 구제기능 강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성차별해소를 위한 ‘적극적 차별조치’의 간접적인 실천방안으로 가족내의 여성차별, 교육․문화 속에서의 여성차별, 정치행정분야에서의 여성차별 등 전체 영역에서의 성차별 철폐를 위한 참여정부의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 분야의 성차별은 또 다른 성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간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전체국민이 깨닫는 그 날, ‘양성평등’을 운운하는 것이 오히려 무색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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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9-25 | view : 4530
